高山寺(고잔지)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한적하고 소박한 절이지만, 일본역사에 있어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단 국보가 2개나 있는 사원이고, 이외에도 많은 중요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 깊숙히 상당한 규모의 수장고가 있죠.
石水院(세키수이인)은 전편에서 보았듯이 800년 넘은 건축물로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원래 이곳에 소장되어 있던 鳥獸人物戱畵(쵸쥬진부츠기가)라는
그림이 특히 유명합니다. 조수인물희화는 일본회화사에 있어 가장 유명한 작품중의 하나로 일본교과서에 항상 등장하는 그림으로 의인화된 동물을 통해
인간세상을 통쾌하게 풍자한 것이 높이 평가받고 있죠. 아니메의 원류라고도 하는 사람도 있죠.
세키수이인을 나오다보니 좀전까지 붐비던 인파가 없어서 겨우 한적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사람과의 싸움이 제일 힘든 것 같죠. 사진 찍을때도 그렇고, 먹을때고 그렇고, 이동할 때도 그렇고... 좁은 도시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듭니다.
입구쪽에 인위적인지 자연적인 것이지는 몰라도 생뚱맞은 돌산이 하나 있습니다. 그 위에 間雲亭이라는 정자도 있고요.
어디로 올라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올라가면 산세가 펼져질 것 같습니다.
입구격인 山門의 귀면와가 단풍을 머금고 있습니다.
귀신이 단풍을 시샘하는지 즐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와자체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平成14년이니까, 2002년에 올린 거네요.
세키수이인을 벗어나면 다시 개산당으로 이어지는 좁은 산길이 나타납니다.
높게 솟은 숲과 단풍이 잘 어울어져 있습니다.
다시 세키수이인의 산문을 돌아봅니다.
언제 다시 돌아오겠나 생각하니 좀 아쉽더군요. 당시가 2006년 11월이었는데, 벌써 2년이 지나도록 계획도 없죠.
하긴 일본인도 그렇게 자주는 안 오는 곳이니...
고잔지는 여러 국보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최초로 차를 재배한 곳이기도 합니다.
세키수이인에서 조금 올라간 곳에 일본최고다원의 석비가 보입니다.
차라는 것이 원래 승려들의 참선을 도와주던 음료로 시작한 것이라 수입도 절에서 먼저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 역사가 있어서인지, 5월에는 저곳은 차를 수확해서 나라에 있는 春日(카스가)大社에 봉양한다고 합니다. 카스가대사와 고잔지와는 사원과 신사지만
서로 보호해주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곳에도 카스가대사의 신이 신사의 규모는 작지만 모셔져 있죠.
그리고 11월 8일에는 교토의 거의 모든 자제조업자들이 고잔지에 모여 금년 첫수확한 차를 고잔지를 처음 연 明惠(묘에)상인에게 올리는 의식을 행합니다.
그만큼 일본차에 있어서 이곳의 의미는 중요합니다.
지나가다가 단풍을 보면 반사행동같이 마구 찍는 습성이 있어서 이런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끼도 단풍잎도 모두 시들었네요.. 거참...
선명한 붉은 단풍이 한 건물을 휘감고 있습니다.
제 알기로는 다실이었던 것 같은데 공사중이더군요.
좀전에 말한 수장고입니다.
자세히 보면 일본건축양식으로 만들긴 했는데, 그냥 보기에는 그리스 신전같습니다. 벽체가 있으니 로마신전이네요^^
그래도 표면에 이끼가 끼어서 큰 위화감은 없어 보입니다.
묘에상인의 개산당(開山堂)입니다.
개산당은 각 사원의 창시자를 기리는 건물이죠. 일본에 있는 독특한 건물입니다. 일본불교에서는 절을 창시한 승려에 대한 신앙이 깊은 것 같습니다.
개산당 지붕위로 단풍의 불길이 사납습니다.^^ 아주 불을 지른 것 같네요.
비유가 좀 그렇죠..
사진에서는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지만, 정말 단풍이 환상적인 곳이었습니다.
개산당 옆으로 관음보살이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일본의 불상은 약간 근엄한 편인데, 약간 한국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앞에서 제가 숲에 있는 절이라는 것이 실감나는 장면일 겁니다.
절 경내를 돌아다니는 것이 등산하는 것과 같죠. 덕분에 좋은 공기 마시고 운동하고... 석가여래의 자비가 느껴지네요^^;
이곳은 묘에의 묘입니다. 고잔지가 묘에라는 승려의 테마파크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불경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묘에상인 빼면 고잔지는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유명한 승려도 없고, 존재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이곳의 낙엽을 계속 쓸고계신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경건해 보였지만, 찍으면 모조리 흔들흔들... IS도 무용지물이더군요.
절의 제일 깊숙한 곳에 있는 금당입니다. 즉 본존불을 모신 불전인데, 규모도 적고 내부도 못 들어가고 앞에 덩그러니 불전함만 놓여 있습니다.
원래 있던 금당은 전란으로 소실되어 후에 복구되어 본존불은 나라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이곳은 이렇게 보는 것보다 밑의 돌계단밑에서 보면 상당히 멋있어 보입니다.
이제는 지겹기도 한 지붕과 단풍주제... 뒷쪽은 힘차게 뻣어올라간 삼나무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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