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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남위 약 39°이남 지역.
백과사전이 밝혀놓은 파타고니아는 백과사전적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연면적 110만㎢, 한국의 약 11배. 파타고니아의 서쪽은 칠레, 동쪽은 아르헨티나다. 칠레로는 2천~3천미터를 넘나드는 안데스산맥이 남하하고, 아르헨티나로는 드넓은 팜파스 평원이 서서히 좁아진다. 안데스와 팜파스는 푼타아레나스가 있는 ‘13번째 주’(칠레 행정구역)에서 만난다. 여기가 대륙의 끝이다.
파타고니아의 풍광은 장쾌함으로 요약된다. 풍경은 단순하다. 장쾌한 지형은 푸르거나(초원) 하얗다(빙하). 팜파스는 덥고(아열대), 안데스는 춥다(냉대). 파타고니아의 매력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는 것이다. 펭귄과 타조(난두)는 또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가.
[펭귄] 한여름 칠레 남부 해안가에는 15만 마리의 마젤란펭귄이 몰려든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얼음? 그건 남극 펭귄 얘기다. 파타고니아 펭귄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맨땅에 땅굴을 파고 알을 낳는다.
[난두] 브루스 채트윈의 여행기 <파타고니아>에 나오는 이상한 타조. “다윈레아(난두)는 두 마리의 수컷이 목을 얽어 빙글빙글 도는데, 먼저 돌리는 쪽이 진다고 한다.”
이상한 펭귄과 이상한 타조가 어울리는 사는 건 파타고니아이기에 가능하다. 파타고니아의 자연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극과 남극만 바라본 우리들의 자연적 선입견에 균열을 부여한다. 제 질서를 찾지 못한 사물들이 섞여 있는 풍경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초현실적이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 중간계에 선 것 같다. 세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가다 중간에 거치는 곳이 파타고니아가 아닐까. 정말 파타고니아는 세상의 끝이 아닐까.
파타고니아(칠레)=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fandg@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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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9번 국도를 따라
푼타아레나스에서 푸에르토나탈레스까지
칠레 파타고니아는 뭍이지만 섬과 같은 곳이다.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남부의 파타고니아로 이어지는 길은 ‘없다’. 험한 안데스가 칠레의 홀쭉한 땅을 삼켜버린 탓이다.
길 없는 칠레 파타고니아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산티아고에서 파타고니아의 ‘허브’인 푼타아레나스까지 세 시간 동안 날아가는 것. 안데스 산맥과 긴 칠레를 따라 내려가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선호하는 빠른 코스다. 다른 하나는 ‘컬트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교통수단이다. 칠레 중부 푸에르토몬트에서 푸에르토나탈레스까지 나흘 동안 화물선 ‘나비막’을 타고 가는 방법이다. 화물선 일부를 떼어내 선실로 개조한 이 배는, ‘비행기로는 절대 볼 수 없는 눈부신 피오르와 빙하 사이를 운항한다’는 찬사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화물칸 소떼의 울음소리로 여행을 망쳤다’는 악담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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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파타고니아 여행의 시작점은 푼타아레나스다. 칠레 본토와는 길이 끊겼지만, 푼타아레나스에서 나비막의 도착지인 푸에르토나탈레스까지 246㎞에는 포장도로가 나 있다. 파타고니아의 자연과 풍취를 느끼는 9번 국도다.
푼타아레나스를 벗어나자마자 나오는 풍경은 검푸른 마젤란 해협이다. 가까이에 지도가 있다면 남아메리카를 보라. 남아메리카 대륙은 아래로 갈수록 좁아들면서 끝이 뾰족해지는데,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끝 부분이 동강 잘렸다. 뾰족한 부분은 뭍이 아니라 ‘티에라델푸에고’라는 섬이다. 남아메리카 대륙과 티에라델푸에고 사이의 바다가 바로 마젤란 해협이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16세기 초 이 바닷길을 통과해 태평양에 닿았고 내친김에 필리핀까지 나아갔다. 마젤란은 마젤란 해협을 건넌 직후 마주한 잔잔한 바다에 감격해 ‘태평양’(太平洋)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는데,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태평양에서도 잔잔하지 않을 만큼 거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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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는 바람의 땅이다. 나무는 바람을 맞고 크지 못하고, 나뭇잎은 바람의 반대편에서만 숨쉰다. 자동차는 바람을 맞으며 펭귄처럼 뒤뚱뒤뚱 달려갔다. 비야테우엘체스(Villa Tehuelches)는 푼타아레나스와 푸에르토나탈레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마을이다. 블랑카 호수와 호수 앞에서 풀을 뜯는 양떼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엘 파타곤’이라는 카페가 있다.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먹고 뒤뜰에 나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오골계 닭장에서 콘도르가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엘 파타곤의 주인 레니 코스텔디아스(40)가 말했다.
“내가 어릴 적 어머니가 산에서 잡아 온 콘도르예요. 지금 27살이나 먹었지요.”
“그럼 늙었네요.”
“아니요. 콘도르는 40살까지 산답니다. 아직 한창때예요.”
자세히 보니 콘도르는 왼쪽 눈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도망가지 못하는 이유가 설명됐다. 외눈박이 새는 날지 못하는 것이다. 붙잡아 두려고 왼쪽 눈을 없앴는지, 아니면 눈 없는 불쌍한 새끼를 구제한 것인지, 궁금증이 일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한쪽에는 양의 머리가 서너 개 쌓여 있었다. 콘도르는 하루에 하나씩 양 머리를 쪼아 먹는다고 한다. 어차피 양 머리는 시장에 내다 팔 수 없으니 조달하기도 쉽고 돈도 들지 않는다며 그는 “그렇지 않으냐?”고 동의를 구했다. 그리고 그는 명함을 쥐여줬다. ‘카페 엘 파타곤-콘도르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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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테우엘체스를 지나고부턴 풍경이 바뀌었다. 키 작은 나무는 점점 고개를 세웠고, 누워 있기만 하던 풀은 점점 허리를 폈다. 차츰 초록을 되찾던 평원에 이윽고 숲이 나타났다. 어떤 경우엔 숲은 고사목 지대로 바뀌어 있었다. 길 끝에 만년설이 보였다. 안데스 산맥의 끝이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끝은 푼타아레나스(정확한 지점은 푼타아레나스에서 남서쪽으로 90㎞ 아래에 있는 프로워드 곶이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은 푸에르토나탈레스까지밖에 내려오지 못했다.
푸에르토나탈레스는 활기찬 소도시다. 여행자로서 이 도시를 간략하게 정의하면 칠레 최대 국립공원인 토레스델파이네의 들머리다. 한국으로 치자면 설악산의 인제, 지리산의 남원이라고 할까.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는 휘청거리는 배낭을 짊어지고 장기 트레킹을 준비하는 젊은이들, 관광버스를 타고 빙하를 구경하러 온 노부부가 한데 섞여 밥을 먹고 차를 마신다. 인구 1만8천의 이 좁은 소도시에 전 세계 트레킹 마니아와 관광객이 몰려드니, 도시는 런던이나 파리보다 세련됐다. 스페인풍 원색의 기념품 가게, 바람을 맞으며 커피를 마시는 노천카페, 무선인터넷이 완비된 숙소까지.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한 블록 뒤에는 ‘세상의 끝’(World’s end)이라는 서점이 있다. 서점은 문을 닫았고 ‘옆 가게로 오시오’라는 안내문만 적혀 있다. 바로 옆 가게는 헌책방을 겸한 카페인데, 세상의 끝이라는 간판에 매료돼 흘러들어왔다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푼타아레나스·푸에르토나탈레스(칠레)=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fandg@hani.co.kr
사진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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