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봐야 할 교토의 정원이라...
제가 써 놓고도 쑥스럽네요. 요즘 이런 투의 제목이 붙은 여행책들이 많아서 저도 살짝 그 분위기에 타 보았습니다.^^
일본여행 동호회나 SLR클럽등 여러곳에 오르는 교토여행기들을 보며서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몇자 적으려 합니다.
다녀오신 분들은 다들 그러시겠지만, 금각으로 유명한 킨카쿠지, 그 유명하다는 료안지, 혹시나 은으로 되어 있지는 않으까하는 생각에 찾게되는 긴카쿠지(은각사)를 순례하면서 처음 금각의 임펙트에 압도되었다가 료안지의 석정(石庭)에서 실망감을 느끼게 되고, 검은 은각에서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죠.
아무리 여행책자의 설명을 보아도 왜 그리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아기자기할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 베르사유궁이나 오스트리아의 쇤부룬궁의 대정원을 보고 온 여행자라면 마당에서 장난친 것 같은 걸 왜 세계유산으로 지정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그러나...
역시 정원이라는 것도 와인이나 차, 커피등과 같이 자주 접하고 지식이 늘어야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정궁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방문할 때 아무 지식없이 혼자 휘 둘러보고 나오는 것과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참고하며서 관람하는 것과는 그 이해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죠. 이 전각의 용도가 뭔지, 왜 현판을 그렇게 지었는지, 지붕의 용마루가 왜 없는지등등 알면 알수록 보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정원! 무지 어려운 단어입니다.
책을 몇권을 보고 몇년간 실물로 감상해왔지만, 아직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한참 공부하고 방문하고는 다시 돌아와서 책을 보았을때 뭘 보고 온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 되죠. 이해를 못 했으니 아쉬운 생각뿐입니다.
특히 사진을 정리하다 보면.. 왜 조금만 옆으로 가서 찍었으면 그 진면목을 볼 수 있었는데.. 왜 그 구도는 놓치고 온 거야.. 속이 탈 정도죠^^
그런 주제에 베스트 일레븐을 감히 선정하고 알지도 못하는 정원을 설명하려는 건, 저와 같은 경험을 한 여행객이 입장료가 아깝다고 느끼지는 않게 하려는 생각때문입니다.
몇해전 료안지앞에서 어떤 한국분이 방장정원을 보지도 않고 친구분과 인터넷에서 보니 돌 몇개밖에 없어.. 그냥 가는 게.. 하면서 현관에서 발을 돌리시는 걸 보고 딱 3년전 제가 그렇게 발길을 돌리다가 다시 들어가서 가슴을 쓸어내린 생각이 나더군요..
무지 서문^^이 길었네요..
베스트 11! 참 제가 올리긴 했지만 무슨 기준으로 올린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베스트 100을 선정하라고 해도 다 채울 정도로 교토는 일본정원의 진수가 다 모여있는 곳입니다.
대충잡아도 30정도는 잡아야 명승지, 세계유산정도를 커버할 수 있는데..
이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제가 못 가본곳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츠라리큐, 슈카쿠인리큐등 허가제 입장지와 도후쿠지(東福寺)방장정원등이 빠지네요.
교토 지도상으로 볼때 북동쪽으로 정원분포가 몰리게 됩니다.
시내는 시가지로 개발도 되었고 큰 스케일의 정원을 만들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땅값을 무시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을 만드려면 아무래도 산과 물이 가까운 교외지역이 최고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니죠죠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각 정원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과 소개를 하겠습니다.
각 정원의 자세한 사항은 개별적으로 올리고요...
1. 니죠죠(二条城)
도쿠카와 이에야스가 교토에서의 주거로 1602년에 세운 성으로 에도막부의 종언을 고한 대정봉환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일본성의 구조는 흔히 혼마루(本丸)와 니노마루(二の丸)등으로 나뉘는데, 니죠죠의 대표적 정원은 니노마루에 있는 고덴(御殿-어전)앞의 니노마루정원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니노마루 고덴으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어전건축물입니다. 1626년 3대장군 이에미츠가 증축한 이래 그대로 보존된 건물로 휘황찬란한 금장식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다만 지붕에 보이는 국화문양은 이 건물이 메이지시기 이궁으로 쓰였기때문에 황실문양이 붙게 된 것이죠.
니죠죠 축성당시 유명한 작정가(作庭家) 고보리엔슈가 만들었다는 정원으로 크고 작은 석물을 곳곳에 시원스럽게 배치하고 폭포등을 설치한 에도시대 장군의 권력을 느끼게하는 장대한 정원입니다.
지금은 고덴의 문이 모두 닫혀있어 그쪽에서 정원을 바라볼 수 없지만, 원래는 건물에서 정원을 바라보게 설계되었습니다.
이 정원 자체가 장군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의 감상을 최고로 올릴 수 있게 설계되었고, 현재 관람객이 돌아다니며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 봅니다.
위의 정원 석조는 장군가답게 병법의 팔진(八陳)을 본뜬 것이라 합니다.
니죠죠에는 총 3개의 정원이 있는데, 니노마루, 혼마루와 위의 사진에 보이는 1965년에 만든 세류엔(淸流園)이 있습니다.
에도시대 호상의 저택에 있던 정원석을 양도받아 세운 것으로 봄가을에 다도회가 열리곤 합니다.
원래 이곳은 창고와 연병장이 있던 곳인데, 이렇게 정원으로 꾸미니 군사적인 이미지를 전혀 못 느끼게 됩니다.
한쪽에는 폭포도 만들어져서 꽤 운치있는 곳입니다.
다만 당시 사진이 서툴러서 노출에 실패해 그 분위기를 전하지 못해 아쉽네요..
2. 텐류지(天龍寺)
아라시야마 관광의 관문역활을 하는 텐류지는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자신이 축출한 고다이고천황의 보시를 위해 1339년에 세운 사원입니다. 당시 광대하던 사원건물은 거듭된 전란으로 인해 모두 소실되고 사진에 보이는 건물도 메이지시대에 와서 재건된 것입니다.
이곳이 세계유산에 등록될 수 있었던 유일한 요소는 이 정원이 있었기 때문이죠.
무소국사라는 희대의 작정가와 최고 권력자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결합하여 만든 최고의 정원입니다.
차경(借景)이라는 주변의 산수를 빌리는 작법을 능숙하게 구사한 정원으로도 유명합니다. 아라시야마와 가메야마를 잘 이용하여 정원을 대자연으로 넓게 퍼지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시켰습니다.
또한 무소국사가 고안한 용문폭(龍門瀑)은 석물을 이용해 중국의 고사 등용문을 표현한 것으로, 무소국사가 작정한 일본각지의 정원에 배치되어 있고, 그의 정원을 참고한 금각사나 은각사에도 응용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즉 텐류지정원은 서남부의 고케데라(이끼절^^-정식은 西芳寺(사이호지))과 함께 이후 무로마치 정원의 교과서가 된 정원으로 그 의미가 큽니다.
3. 다이카쿠지(大覺寺)
아라시야마 지역의 정식명칭은 사가노라는 지명을 기원하게 한 사가천황이 조영한 이궁이 있던 곳을 사원으로 창건한 곳이 다이카쿠지지만, 그 옆에 있는 오사와노이케(大沢池)라는 호수로 더욱 유명합니다.
오사와노이케는 역사적으로 일본 최고의 인공호수로 의미가 있고, 중국의 동정호를 모방하여 조영되었습니다.
카메라에 모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호수에는 두개의 인공섬이 떠 있고, 호수가에는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빼곡히 심어져있어 봄과 가을 분위기를 더욱 환상적으로 인도합니다.
심경보탑(心經寶塔)은 최근 세운 것이지만, 주홍색의 탑이 호수에 반영되어 정취를 더합니다.
이 정원은 솔직히 작정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후 정원으로서 개수를 한 것도 별로 없는 어찌보면 호수 그 차체에 불과하지만, 자연으로서의 호수를 바라보면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는 듯 합니다.
봄에는 벚꽃의 명소로도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을철이 오사와노이케의 절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붉고 노란 단풍에 투영된 호수가를 바라보면서 때때로 날아드는 물새의 우아한 몸짓을 보는 것 자체가 환상으로 이끕니다.
이곳에서 최고의 구도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다만 약간 노랗게 물든 나무는 벚나무로 봄에 더욱 환상적으로 보입니다.
석양이 비치고 있어 역광이 되어 사진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다이카쿠지의 본당이 호수에 접해 있습니다. 양쪽에서 배관료를 받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사원은 호화스러운 장병화로도 유명하고 그쪽 난간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꽤 멋있습니다.
4. 료안지(龍安寺)
일본정원의 한 부류인 카레산스이 정원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유명한 료안지 방장정원입니다.
하얀 모래위에 15개의 바위로만 구성된 매우 간결한 정원이지만, 이 조그만 정원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생각보다 큽니다.
잘 알려졌듯이 한번에 정원의 15개의 돌을 모두 볼 수 없는 점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일단 그것으로 유명해 지기도 했고요..
사진에 보이듯이 모두 방장의 툇마루에 앉아 바위의 갯수를 세어봅니다.
다만 이것에서 이 정원의 가치가 끝나는 건 아니죠..
료안지 정원이 일본최고의 미스테리 정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작정가가 불분명합니다. 이렇게 유명한 정원의 작정가가 불명확한 것이 이상하고, 이 정원이 엘리자베스2세가 방문하기까지는 정말 무명의 정원이었다는 것도 황당한 사실입니다. 이제는 연간 수백만명이 찾는 정원이 되었지만...
정원자체가 서양의 황금률을 기초로 만들어진 정원으로 서양식 정원의 여러 수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원근법도 이용되었고요.. 이전이나 이후 일본정원에서 볼수 없는 독특한 수법이죠.
일단 의심되는 인물이 고보리엔슈라는 작정가입니다. 모모야마시대와 에도시대를 거쳐 산 인물로 신화적 인물입니다.
당시 유입된 서양식 개념을 통해 작정을 해 온 사람이고, 그 시초내지는 연습작이 이곳이 아니었을까하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정가를 밝히지 않았다는 거죠..
끝내 풀리지 않은 비밀이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정원입니다.
한꺼번에 15개의 돌이 보이지 않는 것도, 선(禪)의 가르침을 깨닿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모든 진실은 한번에 알 수 없다. 그러니 열심히 정진하라.. 뭐 이런 뜻...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정원을 돌고 나면 뒤쪽에 知足의 츠쿠바이라는 엽전모양의 수로반이 있습니다.
보통 찻물을 깃는 용도로 쓰이는 것인데, 이곳의 것은 유독 만족함을 알라는 글귀가 교묘하게 써 있죠.
방장앞에는 큰 규모의 연못이 있습니다. 쿄요치(鏡容池)라는 연못으로 료안지는 카레산스이 정원과 치센카이유(池泉回遊) 정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은 가을과 봄에 단풍과 벚꽃으로 덮여 절경을 보여줍니다.
이곳도 귀족의 별장이 시초라서 원래는 연못을 중심으로 정원을 조영했고, 이후 그 유명한 석정이 만들어졌습니다.
5. 킨카쿠지(金閣寺)
말이 필요없는 일본 교토의 대표적 관광명소이자 이미지입니다.
금각을 뺀 교토관광은 그 의미마져 상실할 정도이지만, 한번 다녀오면 다음에는 꼭 제외해 버리는 비련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금각의 임펙트가 너무 큽니다.
정말 명정(名庭)이지만 그동안 너무 많이 여러 매체로 접해왔고, 한번 보면 이제 되었다! 라고 생각해서 인지 두번 오기가 힘든 곳이죠.
물론 겨울 눈 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풍경도 그리 다채로운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런지 모르겠네요..
역사는 무로마치 3대장군 아시카가 오시미츠가 자신의 별장으로 조영한 키타야마도노(北山殿)을 그 사후에 절로 개조한 것에서 기원합니다.
무로마치 최고의 시대를 구가하고 자신을 일본왕이라고 칭하던 권력자가 모든 재력을 동원하여 조영한 건물은 금으로 떡칠은 했다고 하여 그 화려함이 천황이 기가죽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다만 그의 사후에 이곳이 그의 아들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손자에 의해 약탈되는 비참한 현실이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모든 건물이 화재와 약탈로 사라지고 그래도 제일 화려했던 사리전인 금각만이 기적적으로 보존됩니다. 그래서 절 이름이 금각사로 굳어지게 되죠.
사진으로 봐도 정말 화려한 건물입니다. 층층의 양식이 침전, 서원, 불전양식으로 층마다 다른 이름이 있긴 하지만, 일단 금으로 칠해진 건물은 한번봐도 머리에 새겨질 정도로 그 독특함이 빛납니다. 한편으로는 분명 권력자의 허영심이 부른 건물이긴 하지만, 그렇게 천박해보이지 않는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기도 하고요.
저 금각이 1955년 재건된 것이긴 하지만, 정말 잘 복원되어 새로운 건물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정원과 잘 융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금각은 금각사정원이 한 요소에 불과합니다.
텐류지정원에서 말한 무소소세키(夢窓疎石)가 자신이 만든 사이호지를 크고 화려하게 재구성한 정원으로 물론 그가 요시미츠의 사후 절로 개창할때 창시자가 되기도 합니다.
차경의 달인인 무소국사가 또 뒷산인 키누가사야마를 차경으로 삼고 연못안에는 8개의 크고작은 섬과 정원석을 통해 극락정토를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암튼 일본정원의 정수가 이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금각의 최상층부에는 봉황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남부의 뵤도인(平等院)에서도 저것과 유사한 봉황이 있죠. 즉 이 건물이 극락정토를 표상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무소국사의 주특기, 용문폭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석조로 잉어가 용문을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된다는 고사를 구현한 작품으로, 텐류지와는 달리 폭포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중앙의 세로로 서 있는 큰 돌이 바로 잉어입니다.
가을에 본 금각사입니다. 역시 금각에 가려 단풍이 그 빛을 펼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다시 방문해 열심히 공부해 보고 싶은데.. 기회가, 아니 의지가 없네요. 워낙 볼 것이 많아서^^
일단 1부를 끝냅니다.
원래 한꺼번에 하려니 좀 양이 많네요. 보시기에도 불편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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