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모습

아내에게 사랑을 듬뿍 드려야 한다.

기차니 2008. 10. 31. 15:16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 부터 탈출허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빔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서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릅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 없이 내가 제일 싫어 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돌아 올꺼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퍼 마셨다.

밤 12시가 될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 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 했는데~~~"

"아!~~~배터리가 떨어졌었어, 손 이리 내봐." 

 

여러번 혼자 땃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 투성이었다.

 

"이거 왜이래? 당신이 손 땃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나?"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때 같으면 마누라가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양 엎드린채 가쁜 숨을 몰아 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 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 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 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 먹엇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태니깐."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버렸다.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해 말에 타는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거야, 통장은 싱크대 두번째 서랍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더할께, 올해 적금타면 우리엄마 한 이백만원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우리오빠가 능력이 않되잖아, 부탁해."

 

난 그자리에서 주저 앉고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엉엉~~~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 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었다, 아내가 내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로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적 한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턴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간다!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 하다고~~~~~~!!

 

 

 

 

 

34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