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머 및 엽기

[스크랩] 제 아내의 말투 원조를 찾습니다.

기차니 2012. 9. 6. 12:53

17년 결혼 생활을 하다 보니 가끔 아내가 하는 말 중에 틀에 박힌 말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요즘 코미디 프로에서 하는 거처럼 저런 말투에 원조를 한번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만 해도 몇 가지 그런 말투가 나왔습니다.

말일에 바쁨도 지나고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올랐습니다. 부쩍 쌀쌀한 퇴근길에

약간 어깨를 움츠리며 집에 들어서는데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정겹습니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을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는 제 곁으로 아내가 다가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던집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나한테 할 말 없어?.......이 말.....이 말 어떤 아줌마가 처음 한 건지? 그 집 남편은 아직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아니면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참회와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지?

도대체 이 말을 들으면 어느 시점부터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할 말 없다 그러면

정말 더 이상 안 물어 볼 건지?.........

“할 말 없냐니까?”

재차 이어지는 아내의 질문에 17년차의 유연함으로 대답했습니다.

“음....사랑해...”

썩 분위기가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고개를 까딱이며 한마디 더 합니다.

“그래 일단 사랑은 있다하고 여기 좀 앉아봐”

 

여기 잠깐 앉아봐.......이 말.....이 말 어떤 아줌마가 처음 했는지? 정말 잠깐 앉아다만

일어나도 되는지? TV 보면서 들어도 되는지? 소파에 기대어 조금 삐딱하게 누워서 들어도

되는 말인지?

물론 뻔 하게 지난달 카드 명세서가 제 앞에 놓여 졌습니다.

잠깐이란 아내의 말은 어디 갔는지 다리가 저려 오는데 마침 반가운 인물이 현관을 들어섭니다.

수학학원 테스트를 받고 늦게 들어온 중3 아들 녀석입니다. 아내의 관심이 돌아갑니다.

 

“야 너 지금 몇 시야? 꼴랑 수학 한 과목 테스트 받는데 뭐 이리 오래 걸려? 너 어디 딴 데 들렀다

왔지?” 아들 녀석이 뭐라고 웅얼웅얼 거립니다. 변성기 지난지도 꽤 됐는데 요즘 아들 녀석만

들어오면 집안이 알타미라 동굴이 됩니다. 점점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너 이리 와서 엄마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얘기해봐”

 

엄마 눈 보고 얘기해~~......이 말......이 말을 처음 한 엄마는 누군지? 아들 눈만 보면 정말

다 알 수 있는지? 그러다 눈 똑바로 치켜뜬다고 패지는 않는지? 아들 녀석 어릴 때나 눈 내려

깔면서 먹혔는지 몰라도 지금 중3 아들 녀석 한참 올려다보면서 고개는 아프지 않은지? 그리고

쟤는 왜 않아서 얘기 안 하는지?

이 집 변변찮은 남자들의 훈계를 접고 잠깐 잠잠해지려는 찰라.....

중1 딸아이가 장롱을 정리하다 말고 한마디 합니다.

“엄마 나 가을 교복 조끼 사야 돼”

“뭔 조끼를 또 사?”

“니트로 된 거 말고 단추로 된 게 유행이야...그 걸로 다시 사야 돼 그리고 가을 옷이 하나도

없다 좀 사줘” 아내가 한숨을 쉬며 한마디 합니다.

“엄마 팔아서 사라 가시나야”

 

날 팔아라.......이 말.....이 말 처음 한 아줌마는 지금쯤 새우 잡이하고 계신지? 정말 팔아도

되는지? 팔면 얼마 받을 수 있는지? 옥션에다 내 놔야 되는지 아님 벼룩시장에 내야 되는지?

 

이래저래 하루가 다가고 밤늦게 아내와 둘이 TV를 보는데 요즘 참 사랑스럽게 보고 있는

인국이와 은지가 달달한 계단 키스를 합니다. 그 달달한 장면에 아내가 살며시 얼굴을 제

어깨에 기댑니다. 그리고 절 부릅니다. 아내를 잠깐 돌아 봤습니다. 분명 아내와 눈이

마주치긴 했습니다. 그냥 뭐 그러고 다시 TV를 봤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술이나 한잔하고 들어와야 조여정이네 뭐네 찾고 그냥 맨 정신에 좀 찾아 봐라 무슨 마누라

쳐다보는 눈빛이 여동생 쳐다보는 눈빛이냐?”

 

여동생 보는 눈길.......이 말......이 말 누가 처음 했는지? .......................근데 이 말은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처음 들었습니다. 과연 이 말은 제 아내가 처음 한 건지? 내가

여동생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여동생을 어떤 눈빛으로 봐라 보는 건지? 아내를 여동생 보듯이

보면 정말 안 되는 건지?

여동생이 없어서 모르는 저에게 여동생 있는 유부남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점점 여동생 보는

눈빛과 아내 보는 눈빛이 같아지는지?...........

출처 : 감동
글쓴이 : 나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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