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의 시민은 벚꽃놀이를 어디로 갈까?
수도 도쿄의 시민은 우에노공원에서 즐기지만, 교토는 그들만의 아지트^^가 있습니다.
금각으로 유명한 킨카쿠지와 매화로 유명한 기타노텐만구라는 유명한 명소사이에 있는 히라노진자(平野神社)는 그 규모는 교토의 어마어마한 신사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좁습니다.
정문격인 도리이부터 작은 편이죠..
그 어마어마한 도리이로 유명한 헤이안(平安)진자를 생각하면, 그냥 동네 신사구나 하고 지나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일단 접근해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에 무척 놀라게 됩니다.
이곳은 교토시민이 벚꽃을 즐기는 숨겨진 명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일단 외국인이 드뭅니다. 아니 거의 없죠.
요즘들어 자주 들리는 중국어 소리도 전혀 안 들립니다. 그점이 좋긴 하더군요..
입구를 지나면 바로 이런 광경이 펼쳐집니다.
길 양 옆으로 온갖 먹을거리, 즐길거리 노점이 즐비하게 서 있습니다.
딱 축제 분위기입니다.
교토의 다른 명소, 마루야마공원이라면 뭐 그럭저럭 이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곳은 신성한 신사안이죠..
유원지에서나 보는 총쏘는 노점도 있고, 온갖 먹는 노점이 일단 앞을 덮고 있습니다.
아무리 일본을 이해하려고 해도 이런 점은 조금 의아해집니다.
히라노진자가 그냥 동네신사라면 뭐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위락시설겸 종교시설...
그러나 히라노진자는 유서깊은 신사죠.
교토로 천도한 간무천황이 나라에 있던 신들을 옮기면서 창건한 곳으로 우리와도 약간 연관이 있는 신사입니다.
뭐 옛날 이야기니 신사도 시대에 적응하려면 이렇게라도 해서 살아야지 생각하지만...
이런 것이 최근에 있던 일이라면 이해도 갑니다.
그러나.. 교토에서는 예전부터 동쪽은 기온(祇園), 서쪽은 히라노(平野)라고 해서 벚꽃놀이의 양대산맥을 이루었죠..
기온도 지금이야 공원이지만, 당시는 절이 있던 곳입니다.
그러면... 그냥 축제나 즐기면 또 이해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참 많이 쓰네요^^) 일본의 벚꽃놀이라고 하면 밤이건 낮이건 벚나무아래에 자기를 깔고 지인이나 회사사람,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신사에서 술판을 벌이고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것이죠..
위의 사진은 기린맥주에서 주점을 연 것이죠.. 겉에는 기린맥주로 도배가 되어 있고요..
한쪽에는 월계관.. 또 다른쪽은 아사히.. 삿포로... 정신없습니다.
일단 외국인이 저로서는 저곳에 동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히라노의 요자쿠라를 즐겨봅니다.
저 난장판을 약간 벗어나면 그래도 조용한 곳으로 나옵니다.
핵심부인 본전(本殿)쪽인데.. 이곳에도 삿포로맥주에서 협찬한 등이 이곳저곳 서 있습니다.
히라노진자에는 출입구가 두 곳 있는데, 서쪽은 아까의 아수라장이고, 동쪽은 진정한 의미의 정문으로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도리이를 지나 등이 쭉 늘어서있는 것이 꽤 운치가 있습니다.
등을 잘 보시면 히라노의 문양이 보입니다.
역시 벚꽃이죠.. 누가 뭐라고 하고 이곳은 벚꽃으로 특화된 신사라는 걸 등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히라노진자는 희귀종을 포함해 45종류, 500그루의 벚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히라노 특산도 있을 정도로 아주 벚나무를 집중적으로 식재했습니다.
즉 신은 아궁이신을 모시지만, 이곳의 진정한 신은 사쿠라입니다.^^
2006년 봄에 왔을 때는 이상한파로 만개가 되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이상난동으로 벌써 지려고 하더군요...
딱 좋은 시기죠.. 이 날이 4월 6일...
축제가 있던 4월 10일에 다시 가 보니 꽃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원래 이곳을 야경을 집중적으로 찍으러 건 것인데... 릴리즈를 잘못 가져와 모든 사진을 타이머로 찍었습니다.
비참했죠.. 포커스가 제 멋대로이고... 몇장밖에 건지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니조조 야간배관도 포기, 헤이안진구 야간배관도 2000엔의 압박도 있었지만 포기했죠...
답이 나오지 않아서요^^
좀 어두운 가운데서도 사람들이 너무 다녀서 다 환영이 남았습니다.
하긴 삼각대 거치하고 찍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죠.
다른 곳에서는 기요미즈데라 제외하고는 삼각대는 무조건 적발입니다...
사진을 찍기에는 필수이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서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니... 어쩔수 없죠..
그다지 찍을 거리가 없어 저 등을 가지고 참 여러각도로 찍고 있었습니다.
우려먹기도 심하죠^^
원래 본전의 정문을 찍는 것이 이 히라노진자의 사진포인트입니다.
가로로 걸린 등과 저 커다란 등.. 그리고 늘어진 시다레자쿠라... 뭐 이런 구도인데..
앞에 보이는 사쿠라.. 벌써 푸른 잎이 나와 있습니다. 만개 끝!!!
그리고 여기는 초저녁에 찍어야 하는데.. 다 늦게 와서 문도 닫혔으니..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죠..
정말 아쉽네요..
야경을 항상 신경쓰고 노력한다고 하는데, 워낙 찍는 빈도가 적다보니 수준이 맨날 바닥입니다.
그렇다고 후보정하기는 싫고^^
이곳은 기요미즈데라나 니조조와 달리 광량이 부족해서 한밤에는 제대로 벚꽃의 화려함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유명 사진작가들도 거의 초저녁 사진뿐이더군요..
내공이 부족한 건 생각안하고 맨 환경탓만 하고 있네요.. 부끄럽습니다.^^
사쿠라가 진 것이 역시 아깝습니다.
풍성한 꽃이 있으면 참 좋은 사진이 되었을 텐데...
이 정도만 있었어도... 그래도 밤에 사쿠라를 즐기는 건 참 환상적입니다.
조명에 빛나는 순백의 벚꽃은 모든 잡념을 잊게 해 줍니다.
정말 화려하죠..
아직 이곳은 술자리가 한창이라 조명이 최고조입니다. 그래서 그 빛에 어울어진 벚꽃이 정말 빛나듯이 보입니다.
대낮같죠...
행사의 주체를 사쿠라 보존회에서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곳도 신사이지만^^
히라노가 또 좋은 건.. 입장료가 없다는 거죠..
니조조는 300엔, 기요미즈데라도 400엔, 헤이안진구는 무려 2000엔.. 그에 비해 이곳은 모두 공짜...
삼각대 거치도 가능하고...
술에 대한 유혹만 없다면 제대로 요자쿠라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또 이때가 보름달이었습니다.
물론 월광을 즐기기에는 너무 밝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래도 또 하나의 요소가 더해져 밤벚꽃놀이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제대로 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볼만 하네요...
제작년 월광에 비친 단풍이 참 좋았는데..
안쪽 길에는 이렇게 주변에 등을 비치고 있는데, 저 흰색으로 나온 것이 모두 유치원생이 그린 그림입니다.
노출이 길어져서 보이지는 않지만, 참 기발한 발상이었습니다.
저 안쪽에 보이는 술집^^의 붉은 장막덕에 흰 벚꽃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뭐.. 이것도 교토의 문화겠지 하면서 이해하려 합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신들을 위로하는 걸지도 모르고, 신들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신들과 함께하는 벚꽃놀이.. 이렇게 생각해보면 재미있죠...
다시 돌아와보니 역시 아직도 곳곳에서 시끌벅적합니다.
자정까지 갈껀가 하면서 전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버스때문에 빠져나갑니다.
역시나 붉게 물들고 있는 벚꽃입니다.
언젠가 저도 지인이 생겨 저 사쿠라 밑에서 한잔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역시 혼자서 벚꽃을 즐기려니 결국 외로움만 켜져가는 것 같네요^^
나올때 군것질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먹는 노점은 다 철수했습니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배를 줄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화려한 벚꽃과 배고픈 나... 너무 대조적인 분위기입니다.^^
봄에 교토를 다녀오면 평생 볼 벚꽃을 다 본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온통 흰색으로 도배가 된 도시를 걷다보면 나중에는 질릴 정도가 됩니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와보니 다시 그리워지네요...
이번 여행은 배고프게 보낸 여행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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