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가시게 되면 필수코스로 가는 곳이 북부의 금각사(킨카쿠지)와 동부의 기요미즈데라일 것입니다.
언제가도 최고의 절경을 보여주는 기요미즈데라이지만, 봄과 가을에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유명한 야간배관, 라이트업이라고 현지에서 부르는 야간관람입니다.
저도 석양에 물든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 매번 마음을 빼앗기곤 하지만, 역시 기요미즈데라의 참맛은 이 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기요미즈데라의 입구인 인왕문을 지나면 한껏 달빛을 받고 있는 종루(왼쪽)과 서문, 그 뒤편에 삼중탑이 보입니다.
봄에는 4월경에, 가을에는 11월에 야간배관을 합니다. 금년에는 11월 13일부터 12월 7일까지, 오후 6시반부터 10시(입장은 9시반)까지 열린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해질 무렵 한번 가고, 잠시 군것질하다가 6시부터 줄서 기다리다가 다시 야간배관을 갑니다.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주는 곳이라서 그렇게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서문을 통해서 교토시내를 조망해보면 교토가 신구의 조화를 훌륭하게 이루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기요미즈데라가 있는 동산(히가시야마)가 높기도 하지만, 시내에도 너무 높은 건물이 없고 제한되어 있어 저 뒤편에 어럼풋이 보이는 아라시야마를 조망할 수 있는 거죠.
교토를 걷다보면 서울과는 많은 차이를 느끼게 해 줍니다.
일단 조금만 고개를 들어보면 산이 보입니다. 참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제 서울에서 그렇게 쉽게 산을 볼 수 없습니다.
종로의 경우 예전에는 낮은 건물들이 많아 뒤의 인왕산등등이 보였지만, 이제는 다 재개발되고 있어 조만간 맨하탄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광화문까지 나가야 산을 볼 수 있겠죠.
사대문안에서만이라도 고도제한을 했다면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뿐입니다.
기요미즈데라앞의 상점가와 저 멀리 교토시내가 보입니다.
밑의 저 플래쉬의 압박이 대단하죠^^
작년 11월말 상황인데, 예전에는 그냥 입구에서 놀다가 6시반되면 입장하고 했던 것이, 그때는 저 멀리 한 500미터 전부터 줄을 서 있더군요.
암튼 그때 인파는 대단했습니다. 어딜가나 그랬으니..
버스는 포기하고 지하철로 와서 거의 1킬로미터를 걸어 왔는데, 중간에 관광버스에서 한국인들이 내려서 걸어올라가더군요.
길이 완전히 마비되어 오도가지도 못해 진입을 못하고 기요미즈자카를 그냥 오를 수 밖에 없었죠.
왼쪽에 교토타워가 보이고, 중앙에 레이저가 아리시야마쪽을 향해 나아갑니다.
교토 곳곳에서 야간배관을 하고 라이트업을 하지만, 기요미즈만의 특징이 저 푸른 레이져입니다.
왜 쏘는 지는 모르지만, 임펙트는 대단합니다.
드디어 본당인 무대를 도착해서 오쿠노인쪽을 바라보니 저렇게 플래쉬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원래 저곳이 이곳오면 항상 사진찍는 곳이기도 하고 교토시내와 무대를 모두 담을 수 있는 곳이여서 사람들이 몇줄로 서서 찍더군요.
물론 저렇게 플래쉬를 터트리면 사진은 모두 날라가버리긴 합니다.
아랫쪽을 바라보니 그 시간에도 저 물을 받아먹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더군요.
전 아직 한번도 마신 적이 없지만, 이곳을 오면 꼭 마셔야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죠^^
사진찍기 바빠서 저걸 기다릴 수가 없거든요^^
상당히 높은 곳에 나무로 기단을 쌓아 올린 걸 알수 있습니다.
당시 단풍이 좀 늦어서 다 물들지 않아 아쉬었습니다. 원래 이곳은 좀 느립니다. 남쪽이기도 하고 단풍나무도 그렇고 벚나무도 그렇고 성격이 느긋한 건지 이곳이 물든면 단풍철 끝나는 거라고 생각할 정도죠.
무대 바로 옆 건물뒤편에서 레이져가 나갑니다.
예전에 이 사진을 올리니 스타워즈의 광선검같다고 하더군요.
딱 맞는 소리입니다.^^
요즘은 전 차세대 매체인 블루레이를 하늘에서 돌리려고 쏘는 건가 하는 황당한 생각도 듭니다.^^
무대를 지나 오쿠노인에서 원래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사람으로 정말 삼각대 하나 세우기는 커녕 제 몸하나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패스하고, 원래부터 점찍고 있는 곳에서 삼각대 전개하고 본격적으로 무대사진을 찍습니다.
이곳도 워낙 경쟁이 심하죠. 일본인도 많지만, 외국인도 어떻게 알고 오는지 먼저 선점한 사람들로 삼각대가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습니다.
한동안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서 들어와보니 옆에는 독일인 할아버지가 열심히 찍고 있더군요.
암튼 서양에서도 꽤나 유명한 명소인 건 확실합니다.
무대와 삼중탑 위로 지나는 푸른색의 레이져는 교토 중심부를 향합니다.
처음에는 교토타워를 향하는 걸로 알았는데, 거의 교토 중심부더군요. 어디를 목표로 삼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단풍이 덜 들어서 화려함은 덜하지만, 가을 교토에 와서 이걸 보지 않으면 정말 억울할 정도로 멋있는 광경입니다.
카메라와 렌즈를 바꾸고 가서인지 예전 찍을 때는 문제없던 삼각대가 하중을 못 이기고 약간씩 내려가는 현상이 있어 세로사진은 대부분 아웃되었습니다.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 그 진동으로 사진 흔들리기도 합니다. 치고도 하고... 야경을 참 찍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이곳도 11월 말이면 약간 춥고, 산속이라서 손이 곱습니다. 이 고생을 왜 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국내에서 이렇게 열심히 찍어봐라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제가 사진 찍은 뒷편으로 숲이 있는데, 잘 보시면 다들 명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수목장이 이렇게 관광지에 붙어있는 광경은 생소하기 까지 합니다.
사실 이 기요미즈데라는 무덤으로 둘러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남쪽에 어마어마한 묘지군이 있고 북쪽에도 있고, 이렇게 동쪽에는 수목장이 숲을 이루고 있으니, 밤길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무서운 지역입니다.
우리와 달리 묘지와 참 친숙한 삶을 사는 일본인이라서 가능할 수도 있는 광경입니다.
도시와 묘지가 공존하는 이런 분위기는 우리로서는 생경할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부모공경, 효도를 외치지만, 정작 묘지는 집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산속에 쓰는 것이 보통이죠.
아마 도시안에 묘지를 설치하려고 하면 난리가 날 겁니다. 우리는 묘지는 귀신이 나오는 아주 버려진 곳이라는 생각이 지배라고 있으니...
교토타워와 기요미즈데라의 삼중탑이 한 플레임에 들어왔네요.
여전히 레이져는 허공으로 나르고 있고...
이렇게 보면 교토도 꽤 넓은 도시입니다. 그리고 산으로 둘어쌓인 전형적인 분지고...
밑에 내려와서 무대의 기초부분을 올려다보면 이렇습니다.
상당히 높은데, 사진으로는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안내서에는 이렇게 무대밑에서 웅장한 기단부를 바라보라고 하는데, 썩 좋은 사진은 나오지 않더군요. 실망..
내공이 부족한 건지, 단풍색이 모두 영 엉망입니다. 아무래도 위치를 잘못 잡을 듯도 합니다.
제 사진은 이런데... 교토사진가로 유명한 미즈노카츠히코선생의 사진을 보면 할말을 잊게 합니다.
하긴 40년이상을 한곳에서 사진을 찍는 분이니.. 감히 내공을 논할 자격도 없겠죠^
기요미즈데라 곳곳에는 저런 돌부처가 상당히 많습니다.
원래는 교토시내에서 잘 모시던 지장불인데.. 메이지유신시기 억불책으로 파괴되고 버려진 것을 이곳으로 모았다고 합니다.
메이지유신때 막부쪽에서 영화를 누리던 사원세력들이 철태를 맞게 되죠. 사역이 축소되고 강제로 신사로 바뀌고.. 불상, 불경을 불태우고...
하여간 개혁하면 꼭 이런 희생양이 필요한건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런 구도도 유명 사진가들의 사진을 흉내낸 것입니다.
삼중탑과 레이져.. 신구의 조화라고 해야 하는 건지, 천박한 상업술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기요미즈데라의 야간배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사실입니다.
나오는 길에 연못이 있는데, 그 수면에 반영이 좋아서 찍어 보았습니다.
참 실제로는 화려했는데, 그 분위기를 못 살린 것 같습니다.
슬슬 사진찍기도 질려서인지.. 가면 갈수록 사진이 엉망입니다.
체력의 한계일 수도 있고요..
여기까지 초코바하나 먹고 버티고 있었으니...
삼중탑과 레이져를 다른 구도에서 담아 보았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그 강박관념이 대단합니다. 즉 그냥 한번 찍으면 되는데, 이렇게도 돌려보고 저렇게도 돌려보아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에게 불안한 것입니다. 노출, 조리개를 다양하게 하면서 찍어야 그중에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
가면 갈수록 그런 것이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실력이 늘지는 않고, 예전에 과감하게 찍은 것이 더 마음에 든다는 겁니다.
이러다가는 징크스에 빠지는 건 아닌지...
나오는 길에 정말 멋있는 단풍나무가 있어 감도올리고 손으로 찍어보았습니다.
뒤의 검은 배경과 조명에 빛나는 단풍... 황홀경으로 인도해줍니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도 빨리 호텔로 가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이유는 버스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원래는 9시반에 빠져나올 생각이었지만, 결국은 10시에 모두 나가세요.. 하는 소리들으면서 나왔습니다.
밥도 못먹고.. 이런 강행군을...
회사에서 이렇게 하면 아마 크게 성공했을 텐데.. 뭐 이런 반성도...
나오면서도 미련 못 버리고 또 찍어봅니다.
결국은 주린 배를 잡고 택시타고 호텔 왔습니다. 당시 환율이 800원이었으니 가능하지 요즘 1500원대면 걸어야죠^^
이 사진 보면서 정신력의 승리라고 전 자부합니다.
작년만해도 90KG을 육박하던 제가 밥도 못먹고 스니커즈 하나 먹으면 몇킬로를 걸어다녔으니... 가상하기만 합니다.^^
교토를 자주 다니면서도 제가 찍힌 사진이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뭐 부탁하기도 싫기도 했지만, 멋있는 풍경에 곰한마리를 넣기가 싫었거든요.
제 사진에 제 모습을 넣고 싶어서 이번에 이번달 회사에서 한 건강검진에서 68KG가 나올때까지 6개월동안 각고의 노력을 하고 살을 빼 놓았더니, 이제는 공포의 환율이 제 다리를 잡아당기네요.
이미 환전도 해 놓았고(1100원때), 호텔도 다 예약했는데,..지금 일본에 가는 게 잘하는 건지 고민이 됩니다.
그걸 지금 환전하면(1500원이죠) 얼마를 버는데... 하는 생각도 있고...
암튼 고민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가을에 교토가시는 분들은 이 야간배관을 꼭 하시길 바랍니다. 후회 전혀 없을 겁니다. 지구력과 400엔만 있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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